서울 강동경찰서 소속 14명, 홀몸노인 따뜻한 겨울나기 돕는 '둔촌동 수호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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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태
기사입력 2019-12-15 [22:08]

 서울이 영하권 추위로 쌀쌀했던 지난 13일 오전, 강동구 둔촌동의 한 주택에 경찰관 3명이 찾아왔다.

 

이들은 이 집에 혼자 사는 손복순(77)씨에게 내복과 쌀을 전달하고 2시간가량 머물며 손씨를 돌봤다. 손씨는 최근 허리를 심하게 다쳐 요양보호사 도움으로 생활하는 중이다.

 

손씨를 찾은 경찰관들은 서울 강동경찰서 생활안전계 소속 범죄예방관(CPO) 유지행(40) 경위·정규식(41) 경사·이도현(29) 경장이다.

 

이들을 비롯해 강동서와 둔촌파출소 직원까지 14명은 2017년 11월부터 둔촌동에서 '나홀로 어르신 수호천사'로 활동한다. 둔촌동은 강동구의 대표적인 홀몸노인 밀집지역이다.

 

'수호천사' 활동은 제법 입소문이 났다. 경찰관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둔촌동 일대 홀몸노인 가정을 방문해 안부를 살피고 생활용품을 전달한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많아 집안일까지 도맡는다. 혼자 살지만 주민등록 등본상 동거 가족이 있는 것으로 기재돼 주민센터 지원을 받지 못하는 노인들을 주로 돕는다.

 

지난달 28일에는 관내 의료기관인 중앙보훈병원에서 지원받은 연탄 2천장을 비닐하우스에 사는 2가구에 1천장씩 날라줬다.

 

비닐하우스 1곳에는 할머니와 대학생 손자가 살고, 다른 1곳에는 할아버지 혼자 지낸다. 연탄 1천장이면 1가구가 4개월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고 한다.

 

경찰관들이 연탄을 나르는 모습을 본 마을 주민들은 "경찰이 이제는 연탄 배달까지 하냐"며 신기해하면서도 어려운 주민을 챙기는 마음을 고마워했다.

 

'수호천사'를 이끄는 정규식 경사는 15일 "주민센터에 복지 전문가가 한두명 있기는 하나 둔촌동에만 홀몸노인이 300명이라 이들이 다 감당하지 못한다"며 "우리가 어르신들 집을 일일이 방문하면서 어려움을 해결해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 지난 13일 유지행 경위와 이도현 경장이 폐지를 모아 독거노인에게 전달하는 모습. [서울 강동경찰서 제공]  © 김현태

 

▲ 지난 13일 유지행 경위와 이도현 경장이 폐지를 모아 독거노인에게 전달하는 모습. [서울 강동경찰서 제공]  © 김현태

 

지역 홀몸노인들의 사정을 훤히 아는지라 지원도 '맞춤형'으로 이뤄진다.

 

한 80대 노인 집에 벌레가 들끓자 구청에 방역작업을 요청해 벌레를 박멸한 적도 있다. 혼자 살며 폐지를 주워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70대 할머니를 위해 신문이나 종이상자 등을 모아 전달하기도 한다.

 

주민뿐 아니라 경찰 조직 내 소외된 이들도 '수호천사'들의 손길이 닿는 대상이다. 취객에게 폭행당한 뒤 식물인간 상태로 병원에서 지내는 한 전직 경찰관의 가족이 생활고에 시달린다는 소식에 매달 병원을 찾아 옛 동료를 돌보는 등 공상을 당한 동료 경찰관들에게도 관심을 쏟고 있다.

 

유지행 경위는 "앞으로도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을 찾아 돕는 일에 우리 '수호천사'들이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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